책 제목만 보고서는 도무지 무슨 재미가 있으려나 의심이 되는 책이었다.
불안이라는 달랑 두 글자가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 광범위해서 아주 오래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하지만 읽고 난 감상을 말하자면, 현대 철학서의 분류랄까, 아무튼 이 시대에서 가장 위대한 책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명 후대는 그리 평가할 것이다.
특히 이 책은 내게 매우 중요하고 긴장감 넘치는 발표나 이벤트 직전에 꼭 가방에 넣어가서 10분간 읽는 책이 되었다.
이 책에 형광펜 밑줄 친 내용들을 읽고 있자면, 그 어떤 긴장도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내게 자신감을 주어 박빙의 순간에 꽤 높은 비율로 승리를 쟁취하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현대인들은 욕망에 가득 차 있으며, 지위로 사람을 자연스레 평가하는 속물들이다."
이 것은 누구를 탓할 것도 없는 것이 집단적 속물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경멸스럽다고?
저자는 이런 우리에게 슬퍼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이 사회가 이 역사가 그렇게 흘러와 버렸기 때문이고, 그 와중에 재력가들과 종교인들이 이러한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데 크게 일조했다고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그로 인해 2000년대를 살아가는 현대의 사람들은 실질적인 궁핍은 거의 해소가 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옛날 사람들보다 궁핍에 대한 공포와 질투는 오히려 더 크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현시대가 더욱더 빈자에 대한 차별대우가 심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중세시대에는 노동에 대한 가치가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있었고, 사회 분위기도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들이 귀족과 노예를 불변의 것으로 규정지어 오히려 사회 구성원들에게 울분 같은 감정은 덜했다는 것이다. (체념의 긍정성)
일종의 체념이랄까, 난 원래 노비의 아들로 태어났으니 이렇게 사는 게 맞아하면서 스스로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귀족들이 좀 고깝게 굴거나 대단한 물건을 가지고 있어도 거기에 크게 동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희 노동하는 자 들아, 너희들은 너희 자체로 굉장히 고귀한 포지션이란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고생스럽게 사는 우리지만 나름 인정도 받고, 나쁘지 않네 하면서 잘 살아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의 모습은 어떤가. 특히 실패한 자들, 가난한 자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어떤가?
부인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어느새 무시하고 있다.
어릴 때 공부를 해야 할 때 열심히 안 했구먼 내지는 분명 게으를 거야, 혹은 분명히 노력을 안 하는 천성을 가졌을 거야라고 멋대로 생각해 버린다.
"이는 서글픈 자본주의에 더 슬픈 능력주의가 가미된 결과이다."
이 말은 즉슨, 돈을 어떻게 벌었든 간에 너희 돈 많은 사람들은 교양 있고, 능력 있고, 노력파이기 때문에 성공할만했다는 영웅담들이 이제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렇다. 빈자는 현시대에서는 이제 더욱 하등인간으로 취급받게 되었으며, 부자들, 자본가들은 돈도 많고 명예마저 모조리 휩쓸어가게 되었다.
꼭 빈자가 아니더라도, 대단한 자본가가 아닌 사람들은 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저 사람은 왜 저리 부자일까 하는 생각에 휩싸여 늘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모든 불안의 근원인 것이다.
"폐허는 우리가 시간에 도전할 수 없다는 사실, 우리는 파괴의 힘의 장난감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 책에서의 백미는 이러한 문제제기를 한 후에, 그럼 불안을 어떻게 해소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들을 보여준다.
책에 있는 내용을 모든 것을 말하기는 어렵고, 가장 대단했던 통찰이 있었다.
"내가 아무리 잊히고 무시당하는 존재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아무리 강하고 존경받는 존재라 할지라도, 우리는 모두가 결국은 먼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깊이 있는 저자의 통찰과 위로를 책에서 볼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자체에만 매몰되어, 늘 불안함을 안고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그리고 더 큰 시야로 스스로 불안을 물리쳐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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