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숨을 꼴깍 삼키며 읽었다. 아니 사실 전반부만.
전반부에는 저자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아우슈비츠 등 강제수용소에서 지냈던 일화들과
그곳에서 느낀 여러 가지 고찰들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이 전반부가 이 책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도저히 믿기 힘들지만, 충분히 그랬을 거 같은 강제수용소에서의 에피소드들은 너무나 생생하다.
후반부는 빅터 프랭클 박사가 창시한 로고테라피에 관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
물론 앞의 아우슈비츠 경험담과 아예 별개는 아니고, 이 로고테라피라는 것 자체가 그때의 경험에 기반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정신치유를 위한 이론인 것이다.
후반부의 로고테라피 이론에 대한 설명은 좀 지루하긴 하다.
책이 지루하다기보다 나의 뇌가 쉽게 읽지 못하는 이론적인 내용들이 많다.
그때 그곳에서는 얼마나 절망적이었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빅터프랭클 박사도 부모와 아내를 모두 그곳에서 잃었고, 그러한 경험들을 극복했다. 이 자체가 놀랍다.
몇 가지 우리가 이해하고, 우리 삶에 적용시켜야 할 부분들이 있다.
첫째,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한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닦을 수 없었지만, 잇몸은 그 어느 때보다 건강했으며,
셔츠 한 벌로 반년을 다 해질 때까지도 입고 살았다고 한다.
평소에 작은 소리만 들려도 예민해서 못 자던 사람도,
그것에서는 동료의 몸 위에 엎어져서도 코 고는 소리가 사방에서 진동해도 아주 잘 잔다고 한다.
우리도 그런 환경에 서면 그리 살아갈지도 몰라라고 폄하하지 말았으면 한다.
분명히 우리네 안락한 삶에서의 겪은 힘듦을 떠올리면,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감정이 실제로 메말라 무감각이 된다.
이건 인간 심리적인 부분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처음에는 가혹한 괴롭힘과 중노동, 그리고 차마 보기 힘든 광경들을 보며 괴로워하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그런가 보다 하면서, 바로 옆에서 동일한 일들이 벌어져도 신경도 안 쓴다는 것이다.
동정심이나 공포라는 감정이 처음에는 물밀듯이 주변을 덮지만,
점점 그런 감정은 사라져 버리고, 모든 충격적인 장면들이 일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럼 그 동정심이라는 것, 공포라는 감정 등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처음 느끼는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 진짜일까, 어느덧 익숙해지고 별거 아닌 것이 되는 것이 진짜일까.
우리가 공포에 눌려 용기를 잃어갈 때, 그것은 그럴만한 것일까.
아니면 허상일 뿐인 것에 우린 그저 용기를 빼앗기는 것일까.
이후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아,
그곳에서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로고테라피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이를 통한 정신 치료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네 삶에 얼마나 감사하고,
우리 인류사에 그런 잔혹한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기도하고,
하지만 힘들다는 감정이 나를 지배할 때는 다시 한 번씩 펴게 되는 책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저자에게 마음을 보낸다.
이런 귀중한 역사적 경험과 유산을 남겨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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